[드라마 리뷰] MBC '연인' 파트 1(Part.1) - 그저 길채의 행복을 바라며

 

 기대 이상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안은진 배우와 세계적인 명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차용한 고전 스토리의 조합. 처음에 이 드라마로 나를 이끈 두 주역이다. 기쁘게도 나의 시도는 성공했다. 보통 드라마 시리즈는 이야기의 완결을 확인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 시리즈의 시청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MBC드라마 '연인'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위의 두 가지 요소가 어떻게 표현될지 정말로 궁금했고 나는 망설임 없이 시청을 결심했다. 일단 '연인' 10회, 파트 1까지의 시청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다.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짧은 글로라도 내 소감을 풀어내고 싶어졌다.

 

 '아름답다 그리고 충실하다'. 10회에서 일단락된 '연인' 파트 1에 대한 내 짧은 찬사이다. 드라마의 영상미와 내용면에서 모두 원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한국적'으로 잘 오마주 해냈다. 심지어 드라마 연인을 파트 1과 파트 2로 나누어서 방영하는 것까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막간을 둔 상영 방식을 의도적으로 따라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드라마 '연인'만의 영상과 내용을 더하여 멋들어지게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연인' 1화의 초반부터 그려지는 주인공 길채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고향 '능군리'의 풍경 표현은 마을 청춘들의 행사 '꽃달임'에서 그 절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계속해서 길채의 낭군에 대한 꿈에 등장하는 바닷가의 석양 또한 그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슬픈 색감이 인상적이다. 이를 보고 원작 명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신 분이라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이미지들이 떠오를 것이다. 스칼렛의 고향 농장 '타라'의 전원 풍경과 그 모든 것들을 비추는 햇빛, 스칼렛이 다시는 굶주리지 않겠다고 절규할 때의 붉은 석양빛.

 

 원작과는 별개로 나는 1화의 길채의 '꿈' 시퀀스(Sequence)를 보면서 가장 감탄을 했다. 꿈속 장면답게 살짝 부여면서도 밝은 햇빛이 쏟아지는 필터 속 화면, 또르르 구르는 붉은 실을 따라 혼신을 다해 달리기 시작하는 길채. 풍경이 바뀌고 계절이 흘러가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길채. 고운 옷이 다 해지도록 고생하며 달려온 길채는 마침내 바닷가의 석양을 보며 서있는 꿈의 낭군에게 도달한다. 약 5분여간의 이 아름다운 다(多)구도의 영상 연출에 감탄한 것은 물론, 이 작품의 시작부터 결말까지의 모든 내용을, 극 중 길채의 모든 여정을 이 꿈이 함축하여 시청자들에게 이미 보여주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연인' 제작진이 영화 원작 스토리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남은 과정과 결말의 내용 역시 뻔할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특히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았거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장면, 배역, 스토리 등 드라마 곳곳에서 기시감 혹은 유사성을 확실히 느끼셨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얼마든지 남은 2부의 이야기와 결말의 유추가 가능하다. 결말까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거의 같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원작 및 그 스토리가 80년이 넘도록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명작으로 평가받는 만큼 두 작품의 결말과 거기까지에 이르는 과정의 스토리가 유사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또한 원작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시대상이나 현실의 제약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매우 현실적인 여인 이야기'라는 점이 오히려 현대의 많은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제작진이 남은 이야기의 진행과정을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끔 살짝 각색을 할 필요는 있겠지만 말이다.

 

 반대로 남은 과정과 결말에 있어서 '연인' 제작진의 다른 의도나 시청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도 크다. 원작 영화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의 과정과 결말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 결말을 어떻게 마무리 할 지는 순전히 제작진의 자유이다. 다만 바라건대 최근 이슈가 되었던 다른 많은 드라마들처럼 용두사미의 결말만은 제발 피해주기를 바란다. 아름다웠던 시작과 같은 아름답고 합당한 결말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를 바란다. 본인들의 작품이니만큼 제작진들이 그 누구보다도 좋은 결말을 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연인' 파트 2의 이야기와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 지 나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위에서 쓴 것처럼 예상만 할 뿐이다. 다만 이 드라마의 모티브가 명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점과 앞서 말한 제작진이 혼을 담아 촬영한 길채의 '꿈' 장면을 근거로 확실하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앞으로 방영될 '연인' 파트 2에서 우리의 길채는 여전히 갖은 고생길을 헤쳐나가고 상처를 받을 것이다. 원작에 충실하던 그렇지 않던 안타깝게 떠나보낸 낭군 이장현과 현재 남편이 된 구원무의 앞날은 밝지 않아 보인다. 소현세자와 관련된 일로 한바탕 비극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길채의 남자들은 이 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일련의 비극들을 겪어낸 길채는 보통 여인이 아니다. 이미 자신의 사람들을 책임감을 가지고 지켜내고 있으며 현실에 밝다. 설령 자신의 옆에서 지켜줄 낭군이 없다 해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일을 위해 현실을 살아낼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낼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예상이야 어떻든 개인적으로는 이미 길채에게 깊이 몰입해 있다. 안은진 배우의 팬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길채가 살기 위해 고생하는 모습이 멋있고 가슴 아프다. 바라건대 하루빨리 길채의 마음고생이 끝나고 행복을 찾기를 바란다. 시련이 지나간 뒤 원작 영화의 '스칼렛'처럼 아름다웠던 고향 땅 '능군리'로 돌아가 전란으로 폐허가 된 그 곳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모습은 어떨까? 그래도 평생을 함께 할 낭군과 함께 내려간다면 더욱 좋겠다.

 

그저 길채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 아직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기에 위의 내용은 '인연' 파트 1에서 그친 중간 소감과 파트 2에 관한 개인적인 예상만을 담고 있다. '연인' 파트 2의 결말이 용두사미가 아니기를 바라며 나 역시 이 글보다 더 발전한 내용의 두 번째 리뷰를 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