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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멘터리 리뷰] 키스 더 퓨처 (Kiss the Future) (2023) - U2, 무간지옥에서 미래를 외치다
    다큐멘터리 리뷰 2023. 10. 10.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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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ss-the-Future-2023-Poster-다음영화
    Kiss the Future (2023)_출처 : 다음영화

     

    키스 더 퓨처 (Kiss the Future)

     

    2023년 제73회 베를린영화제 상영작

    2023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감독 : 네나드 치친-사인 (Nenad CICIN-SAIN)

    출연 : U2, 빌 클린턴 등

    제작 : 벤 애플렉(Ben Affleck), 맷 데이먼(Matt Damon) 등

    제작국가 : 미국,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아일랜드, 영국

    제작년도 : 2023년

    상영시간 : 103분

     

    U2, 무간지옥에서 미래를 외치다

     

    (이 다큐멘터리의 배경이 되는 보스니아 전쟁의 '사라예보 포위전'은 '세계의 화약고'로 유명한 발칸 반도 지역에서 일어났다. 이곳은 세계의 또다른 화약고로 유명한 중동 지역과 마찬가지로 매우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스니아 전쟁이 발발하기까지의 역사를 아는 것은 이 다큐멘터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그 복잡한 역사를 이 글에서 다 풀어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여 글의 제일 아래 부분에 '보스니아 전쟁의 배경'이라는 항목을 두어 간단히 내용을 정리하였다. 유고슬라비아 전쟁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거나 이 다큐멘터리의 배경을 보다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맨 아래의 '보스니아 전쟁의 배경'을 먼저 보기를 바란다.)

     

    "1997년의 그때보다 21세기 현재의 인류에게 더욱 그런 무대가 필요할 것 같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서늘한 느낌. 내가 무사안일하게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부분 출연자의 경고와 TV들의 몽타주는 또 하나의 현실로 바뀌어 우리 앞에 재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총성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오늘은 중동 지역에서 보내진 핏빛 영상들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속수무책으로 온 몸에 고통을 느끼며 울부짖는 사람들. 기괴하게 널브러진 육체들. 전쟁터를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불경에서 말하는 가장 고통스럽다는 지옥, 이른바 '무간지옥'은 이런 전쟁의 참상을 묘사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만을 할 뿐이다. 

     

    다큐멘터리 '키스 더 퓨처(Kiss the Future)'는 인류가 출현한 이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간지옥 중 하나였던 20세기 말 보스니아 전쟁 속 '사라예보 포위전'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아일랜드 출신 락 밴드 U2의 명곡 'Miss Sarajevo(미스 사라예보)'가 그 무간지옥 속에서 탄생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마도 U2의 팬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Miss Sarajevo'의 뮤직비디오가 영화로 재탄생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20세기 말 발칸 반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분쟁들과 그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정한 국제 정세의 흐름을 짚어가면서 카메라는 보스니아 전쟁 당시 약 4년 동안 포위된 도시 '사라예보'의 사람들과 세계적인 락 밴드 U2 그리고 빌 카터(Bill Carter), 그들이 지옥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따뜻한 휴먼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다. 

     

    약 4년 간의 고립무원 속에서도 락 음악(Rock Music)을 비롯한 각종 지하 예술 활동에 의지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폭력에 저항하는 사라예보의 사람들. 보스니아 전쟁의 참상을 방관하는 세상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영향력을 십분 발휘해 끝까지 사라예보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U2와 그 리드보컬 보노. 그리고 순수한 열정만으로 사라예보와 U2, 이 둘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수행하며 고군분투하는 한 미국인 빌 카터(Bill Carter).

     

    이전에는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을 이 세 부류의 군상들은 빌 카터의 중개를 통해 그들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좁혀가며 서로에게 희망과 영감을 전달했다.

     

    U2의 리드보컬 보노는 빌 카터와의 첫 인터뷰에서 훗날 사라예보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약속을 했다. 이어 당시 열렸던 U2의 세계 투어 콘서트 'ZOO TV'는 공연 때마다 위성통신을 이용해 사라예보와 실시간으로 연결되었다. 양측이 서로 연결되어 U2는 사라예보를 위해 노래와 응원 메시지를 전달했고 사라예보의 사람들은 현재의 비참한 상황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이는 바깥 세상과 단절된 사라예보 사람들에게 일종의 창문이 되어 주었다. 사라예보 사람들은 쉽게 희망을 잃지 않았고 전쟁 속에서도 차츰 일상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또한 폭력에 저항하기 위한 하나의 표현으로 사라예보 미인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사라예보 미인 대회와 그 구호 "Don't let them kill us"("그들이 우리를 죽이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에 깊은 영감을 받아 탄생한 곡이 바로 U2와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함께 부른 'Miss Sarajevo'이다. 

     

    마침내 약 4년 동안의 지옥 같았던 '사라예보 포위전'이 끝나고 1997년,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여전히 위험한 발칸 반도의 정세에도 불구하고 U2와 그들을 따르는 공연 기술자들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사라예보에 도착했다. 수년동안 공동묘지로 쓰이던 경기장은 순식간에 희망을 노래하기 위한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U2의 사라예보 공연의 주인공은 비단 U2뿐만이 아니라 전쟁으로 상처받은 모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람들이었다. 사전 공연에서는 이슬람계 전통 음악단과 '사라예보 포위전' 기간 동안 지하에서 활약한 시민 밴드가 공연을 했다. 이를 통해 사라예보 더 나아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람들은 과거의 조화롭게 어울려 살던 시절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전쟁 후 처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인 희망의 축제였다. U2의 리드보컬 보노의 목소리를 따라 모든 관중들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다큐멘터리의 절정에 이르러서 U2의 또 하나의 명곡 'One'이 울려퍼진다. 노래와 함께 보노의 외침이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파고든다. "Viva Sarajevo! Fuck the past, Kiss the future!" ("사라예보 만세! 과거는 물러가고, 미래에 키스해라!")

     

    절정 부분이 지나가고 카메라는 현재로 돌아와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소회를 보여준다.

    "그때 U2의 음악, 보노의 목소리가 우리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했다."

    "그제서야 정말로 전쟁이 끝났다."

    "그 공연은 '아무리 달라도 우리는 평화롭게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위의 소회들과는 사뭇 다른 마지막 출연자의 언급과 함께 2023년 현재의 정세를 보여주는 TV들의 몽타주가 이어지며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을 다시 현실로 돌려보낸다.

     

    "1997년의 그때보다 21세기 현재의 인류에게 더욱 그런 무대가 필요할 것 같다."

     

     사전 정보 없이 친구의 선택을 따라 이번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다큐멘터리이다.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고 사실주의에 치우쳐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내용이 펼쳐졌다. 원체 실제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 자체가 드라마틱하기도 하고 벤 애플렉과 맷 데이먼과 같은 스타들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할리우드 방식의 충분한 자본 투입과 탄탄한 각본 작업도 이루어졌을 것이다. 더불어 U2의 명곡들이 장면들과 조화롭게 울려퍼지며 관객들의 감정을 북돋았다. 이러한 요소들이 잘 융합되어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단조롭지 않았고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감정 변화를 많이 느끼며 작품을 감상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몇 번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만, 다큐멘터리가 표면적으로는 사실주의를 추구하고 진실을 말한다고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감독이나 제작자의 주관이 들어간 하나의 작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이슬람교를 믿는 보슈나크계 사람들의 주장과 그들이 세르비아인들에게 당했던 피해를 부각시켜 보여준다. 물론 통계상으로 보스니아 전쟁에서 발생했던 전쟁범죄의 90%는 세르비아인들이 자행한 것이 맞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슈나크계 사람들 또한 민병대를 조직해 싸우면서 세르비아계와 크로아티아계 사람들에게 전쟁 범죄를 행사했다. 비율상으로 보슈나크계의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들이 무조건적으로 약자이고 피해자라는 구도가 형성되기 쉬운 것일 뿐이다. 보스니아 내전이 발생한 발칸 반도 역시 중동 지역과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이 민족과 종교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에 따라 오래 전부터 분쟁이 많았기에 쉽사리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점을 여러분들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U2의 명곡들과 드라마틱하게 피어나는 희망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며 가슴 벅찬 감동을 우리들에게 선사한다. 이를 통해 반전과 화합의 메시지가 뭉클하게 우리의 마음 속으로 스며든다. 다만 감동에 매몰되어 당시의 복잡했던 실제 상황을 쉽사리 이분법적 사고로 판단하게 될 위험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보스니아 전쟁의 배경

    20세기 말,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해체 등 냉전의 끝을 지켜보면서 제1세계 국가들(미국과 서유럽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가들)은 환호와 함께 안일함에 젖어있었다. 그 사이 유럽의 발칸 반도에 위치한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에서는 민족주의를 앞세운 정치인들의 선동과 함께 국민들의 분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유고슬라비아 전역에서 이러한 분열로 인해 크고 작은 일련의 전쟁이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약 10년 동안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이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보스니아 전쟁이 특히나 악명 높은 이유는 2차 대전 이후 또다시 유럽 땅에서 1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최악의 인종 청소 및 민간인 대학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스니아 전쟁은 내전의 범위를 벗어나 국제전으로까지 확대가 되었다. 결국 전쟁 발발 후 약 4년만에야 미국의 주도하에 데이턴 평화협정이 맺어지며 보스니아 전쟁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제1세계, 특히 서유럽 선진국들은 다시금 2차 대전의 망령과 같은 비극들이 벌어질 때까지 눈 앞에서 방관했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들어야 했고 그들의 오만과 위선을 전세계에 드러냈다. 또한 데이턴 평화협정의 엉성한 내용과 뒷처리로 인해 2023년 현재까지도 이 지역에는 여전히 전쟁의 불씨가 남아있다. (이와 유사한 비극의 역사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정치인들의 선동이 있기 전까지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소속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회주의 공화국과 그 수도 사라예보의 시민들은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며 그럭저럭 잘 어울려 지내고 있었다. 국가의 주요 구성원으로는 크게 동방정교회를 믿는 세르비아인들, 카톨릭을 믿는 크로아티아인들, 이슬람교를 믿는 보슈나크인들이 있었다. 이 세 민족들은 따로 거주 구역을 나누지도 않았고 서로 혼인까지 하며 조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1989년 동유럽 혁명으로부터 촉발된 급격한 민주화 물결에 따라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이 해체되기 시작하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민주화에 의해 설립된 여러 민족주의 정당들이 기존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으로부터의 독립 문제에 대해 점차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면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회주의 공화국 역시 민족∙종교별로 분열이 심화되었다. 1992년에 이르러서는 세르비아계가 주도하는 독립안과 보슈냐크, 크로아티아계가 연합하여 주장하는 독립안이 대립하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던 세르비아 사회주의 공화국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개입을 한다. 그는 세르비아계를 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독립을 방해하고자 민병대로 위장한 군대를 동원해 1992년 4월 6일 수도 '사라예보'를 포위한다. 악명 높은 보스니아 전쟁 그리고 '사라예보 포위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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