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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리뷰] 가을날의 동화 (秋天的童話, An Autumn's Tale) (1987) - 주윤발의 미소와 종초홍의 눈망울이 전하는 성숙(成熟)
    영화 리뷰 2023. 10. 12.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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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날의-동화-스틸컷-출처-다음영화
    가을날의 동화 (1987)_출처 : 다음영화

     

    가을날의 동화 (秋天的童話, An Autumn's Tale)

    1987년 제24회 금마장 남우주연상
    1988년 제7회 홍콩금상장영화제 작품상, 각본상, 촬영상
     
    감독 : 장완정 (Mable Cheung)
    출연 : 주윤발, 종초홍, 진백강 등
    제작 : 반적생(Dickson Poon), 잠건훈(John Sham), 곡미려(Linda Kuk), 나계예(Alex Law), 제임스 헤이먼(James Hayman), 종지문(David Chung) 등
    제작국가 : 홍콩
    제작년도 : 1987년
    상영시간 : 97분
     

    주윤발의 미소와 종초홍의 눈망울이 전하는 '성숙(成熟)'

    이립(而立), '인생의 뜻을 세우고 가정과 사회에 기반을 닦는다'는 그 나이가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나의 모든 것은 불안정하다. 영화 속 천둥벌거숭이 샘 판(주윤발)처럼.
     
    오히려 나의 삶은 새로운 파도를 맞으며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영화 속 이제 막 방년(芳年)이 지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자 몸부림치는 제니퍼(종초홍)처럼.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마다, 어김없이 찾아보는 영화 '가을날의 동화'가 올해에는 그래서 더욱 내 마음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영화가 끝나도 주인공들이 보여준 내적 성장이 계속해서 내 눈 앞에 투영된다. 제목 그대로 '가을날의 동화'처럼.
     
    샘 판, 일명 뱃머리는 언뜻 보기에 세상만사에 통달한 어른처럼 보인다. 하류층 이민자인 그는 특유의 유머와 재치, 오기를 바탕으로 고단한 뉴욕의 삶을 버텨낸다. 그래도 그는 절대로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다. 고압적인 경찰 앞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절대로 작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술, 담배, 도박 등 말초적 자극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에게서 안정된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순진한 제니퍼는 이제 막 어머니의 품을 떠나 애인(빈센트)만을 믿고 홍콩에서 뉴욕으로 유학을 온다. 그러나 믿었던 빈센트의 변심으로 그녀는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실연의 아픔을 겪는다. 실연의 고통과 함께 시작된 뉴욕에서의 삶은 이 작고 겁 많은 혈혈단신 동양인 여성에게는 위험하고 낯설기만 하다. 그리고 빈센트에 대한 남은 미련이 불쑥불쑥 그녀를 괴롭힌다.
     
    "여자는 트러블(Trouble)이다."라던 샘 판은 처음에는 먼 친척으로서, 그리고 특유의 넓은 마음으로 제니퍼의 뉴욕에서의 삶을 조금씩 도와준다. 그러면서 시나브로 그의 마음 속에는 제니퍼에 대한 연정이 자라난다. 제니퍼에 대한 마음은 샘 판에게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거울이 된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에 자신감을 앞세우며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었던 샘 판은 제니퍼 앞에서는 부끄러워하며 끝내 자신의 진심을 감춘다.
     
    동양적 관습에 익숙했던 제니퍼는 샘 판의 도움을 받으며 차츰 거친 뉴욕 생활과 서구 문화에 적응한다. 동양에서 온 작고 겁이 많던 그녀는 어느덧 활달하고 독립적인 자세로 자신의 길을 스스로 결정해서 꾸려나간다. 그러면서 제니퍼 역시 샘 판의 진심과 그에 대한 연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나 샘 판이 주최한 파티에 빈센트가 갑작스럽게 등장하며 생긴 오해와 더불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게 되어 그녀는 결국 샘 판의 곁을 떠난다.
     
    인연은 잠시 엇갈리지만 영화 마지막의 열린 결말에서 결국 두 주인공은 과거보다 더욱 성숙해진 채 진정한 어른이 되어 대면한다. 샘 판은 자신의 꿈을 이뤄 제니퍼와의 추억을 나누었던 해변가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멀끔한 사장이 되었다. 제니퍼는 더욱 세련되고 차분해진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샘 판의 앞에 선다.
     
    두 사람의 미소가 주는 여운에서 나는 가까스로 현실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되새긴다. '나도 언젠가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
     
    이 영화를 본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어른이 된 두 주인공 샘 판(주윤발)의 미소와 제니퍼(종초홍)의 눈망울은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가을이 올 때마다, 인생에서 헤메일 때마다, 둘의 아름다운 성장을 떠올려 보며 우리 역시 조금씩 성숙해져보자.
     
    '가을날의 동화'는 말 그대로 한편의 '동화'이다. 어른이들을 위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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